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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에 배어있는 할머니의 향기

작성자
김재우(서울시 노원구 월계2동)
등록일
2003.06.17
조회
2,824

저는 올해 34세로 건설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건설현장에서 본사직원들을 터미널까지 바래다 주고 오는데 양손에 짐을 잔뜩 들고 계신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택시 정거장을 지나쳐 버스정류장으로 향해 가고 있는 할머니를 보자니 문득 서울에서 혼자 계시는 어머니 생각에 할머니 앞에 차를 세웠다. '할머니, 짐들이 너무 많아 버스를 못 탑니다.' 하니,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한참을 보시더니,
'나 돈 없어, 택시 못타고 가! 그냥 가쇼.'
할머니는 내 차가 택시인 줄 아셨는지 가는 걸음을 재촉하였지만 무거운 짐은 할머니 가냘픈 다리 걸음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할머니 가시는 목적지를 물어보자 노곡면에서 한 시간은 더 가야 하는 그야말로 산촌이었습니다. 내가 일하는 현장과 반대되는 곳이었지만 할머니를 모른 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 차에 타세요! 차비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할머니는 멀어서 안 된다고 하시며 타지 않으려고 하기에 반강제적으로 태우고 할머니 집으로 향했습니다.


잠시 후 차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할머니는 약간 긴장하는 얼굴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서울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에 모셔다 드리는 것이니,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래도 먼 거리인데 기름 값 많이 드니 조금 가다 내려주쇼.'
할머니는 아시는 길에 들어서자 안심이 되는지 얼굴에는 미소와 함께 여러가지 물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고, 객지에 총각이 혼자 일하며 살려니 힘들겠구먼...'
그러면서도 왠지 낯선 젊은이에게 신세를 지는 것에 무척이나 미안하셨는지 보따리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차를 잠깐 세워드릴까요?'
'아니야.'
할머니는 손수건에 무언가 들어있는 것을 꺼내고 계셨습니다. 할머니가 손수건을 펼치자 어디서 많이 맡았던 냄새가 차안에 가득 차기 시작하였습니다.
'할머니, 이거 새우깡이잖아요.'
'어! 이 과자 맛있는거니까 먹어봐.'
할머니는 손수건에 가득 들어있는 새우깡을 주시는 거였습니다.
'할머니 드세요.'
'나는 집에 가면 또 있어. 그러니 먹어.'
할머니가 주시는 새우깡을 먹자니 왠지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워낙 시골길이라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걸려 할머니 집에 도착했습니다. 할머니는 도착하자마자 고마움에 저녁 먹고 가라는 말씀을 계속하셨지만 시간 때문에 안 된다고 하자 할머니는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새우깡 두 봉지를 가지고 나오는 거였습니다.
'할머니 드세요! 저는 가게에서 사 먹으면 돼요.'
그러나 이 과자마저 사양한다면 할머니가 서운해 하실 것 같아 고맙게 받았습니다.
시간이 늦었기에 길을 재촉하였고 오는 길에 할머니가 주신 새우깡 두봉지와 손수건에 있는 새우깡을 보면서 마음은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여 젖은 머리를 닦으려고 할머니가 주신 손수건으로 문지르자 손수건에 배어 있는 새우깡 냄새가 왜 그날은 그렇게 좋았던지 지금까지 그 냄새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그 쪽으로 가는 길에 할머니 집을 찾아갔습니다. 새우깡도 한상자 사가지고 갔지만 4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말에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지만 할머니가 주신 새우깡 냄새가 배어있는 손수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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